

리더경제【광복절 특별기획 1부】 누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가…국가가 정한 법적 판단 기준
법률로 친일반민족행위 유형 구체화…국권침탈·독립운동 탄압·식민통치 적극 협력 등 조사
대통령 소속 진상규명위원회가 국내외 사료 수집·분석…조사와 심의 거쳐 국가 차원 판단
일상적으로 쓰이는 ‘친일파’와 법률상 ‘친일반민족행위’ 구별해야…광복 81주년, 기록 중심 역사인식 중요
리더경제 김지연 기자
광복 81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에서 다시 ‘친일’과 역사청산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이나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친일파’라는 표현과 대한민국이 법률에 따라 조사·판단한 ‘친일반민족행위’는 동일한 개념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국가 차원에서 규명하기 위해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했다.
핵심은 특정 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여론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된 행위와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조사하도록 국가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친일’이라는 말보다 구체적인 행위를 봤다
특별법은 친일반민족행위를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규정하지 않았다.
국권을 침해하는 조약의 체결·조인에 관여한 행위, 독립운동가 또는 그 가족을 살상·처형·학대하거나 체포하는 데 관여한 행위, 독립운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주도적으로 활동한 행위 등이 법률상 조사 대상이 되는 행위 유형에 포함됐다.
조선총독부 중추원 활동을 비롯해 일제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행위, 민족문화의 파괴·말살 등에 적극 협력한 행위 역시 법이 정한 범위에서 조사하도록 했다.
따라서 특정 인물이 일제강점기에 살았거나 일본과 관련된 경력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을 떼어내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무엇을 했는가, 그 행위가 법률이 정한 유형에 해당하는가, 이를 입증할 기록이 존재하는가가 중요했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 설치…국가가 직접 조사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됐다.
위원회는 조사대상자 선정과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뿐 아니라 국내외 관련 자료의 수집·분석, 조사보고서 작성과 발간, 관련 사료 편찬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됐다.
이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이 단순히 명단을 작성하는 작업이 아니라 방대한 역사자료와 공적 기록을 확인하는 국가 조사사업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조사대상자가 됐다는 사실과 친일반민족행위가 최종적으로 결정됐다는 사실도 구별해야 한다.
법률에 따른 조사와 자료 검토, 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최종 판단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이 판단의 핵심…국내외 사료까지 조사
역사적 행위를 수십 년이 지난 뒤 판단하려면 당시의 객관적인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원회가 국내외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도록 법률에 명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문서와 인사기록, 당시 발행된 자료와 각종 사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한 사람의 구체적인 행적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위원회 활동의 결과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비롯한 정부 조사기록으로 남았고 관련 자료들은 국가기록원을 통해 보존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특정 역사적 인물의 친일 여부를 검증하려면 인터넷에 유통되는 명단이나 게시물보다 정부 조사보고서에 실제로 해당 인물이 수록됐는지, 어떤 행위가 인정됐는지, 판단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친일파’와 ‘친일반민족행위자’ 함부로 동일시해서는 안 돼
오늘날 ‘친일파’라는 표현은 역사적 의미를 넘어 정치·사회적 비판의 표현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반면 국가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은 법률에서 정한 기준과 국가기관의 조사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두 영역을 구분하지 않을 경우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정치·사회적 평가가 뒤섞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사진이나 발언, 가족관계 또는 일부 경력만으로 개인에게 ‘친일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공식적인 역사조사가 보여주는 원칙은 다르다.
주장보다 기록, 이미지보다 행위, 추측보다 검증 가능한 자료가 우선돼야 한다.
광복 81주년, 역사적 평가일수록 ‘원자료’로 돌아가야
광복 이후 81년이 흘렀지만 친일 문제는 여전히 한국 사회가 마주하는 역사적 과제 가운데 하나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시 상황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줄어들고, 후대가 역사를 판단할 때 기록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방대한 자료를 조사한 것도 역사적 책임을 단순한 주장이나 사회적 낙인이 아닌 공적 기록의 영역에서 규명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광복절을 맞아 친일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이유 역시 과거의 갈등을 반복하는 데만 있지 않다.
대한민국이 어떤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했고, 어떤 자료를 통해 조사했으며, 어떠한 절차로 판단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기준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국가는 이 기준을 실제 조사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했을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대상 선정부터 자료 수집, 조사와 심의, 최종 결정까지의 과정은 리더경제 광복절 특별기획 2부 ‘국가는 어떻게 조사했나’에서 이어서 살펴본다.
리더경제 김지연 기자
자료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국가기록원·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자료기준 :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및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기록
※ 본 기사는 정부·공공기관의 법령 및 공식 조사기록을 토대로 작성했으며 특정 개인의 친일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기 위한 기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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